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파트너십 전시
‘집’은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거주자의 일상이 녹아 있으며 좋은 삶을 가꾸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개인 취향 외에도 당시 혁신을 가져온 사회, 경제, 기술 등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홈 스토리즈, 20개의 혁신적인 인테리어로 보는 100년의 역사>전은 시간의 흐름을 통한 단순 스타일의 변천사가 아닌 현재부터 1920년대까지 주거환경의 궤적을 역추적하며, 주요 아이디어의 등장과 이를 통한 변화가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에 맞춰 전시는 근현대 주거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고 상징하는 인테리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집은 외부와 분리된 개인 안식처로서의 역할도 있기에 다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삶과 밀착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변화의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변화를 주도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초점을 두며 기존 관습으로부터 공간과 거주자를 자유롭게 했던 인테리어들을 소개합니다.
Section 2.1 2000 – Today
자원으로서의 주거 공간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공과 사의 영역, 혹은 주거와 근무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무선 인터넷 환경은 이러한 공간의 기능적인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공유 경제의 활성화로 개인의 주거공간을 자유롭게 임대하고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문화가 시작되고 이로 인해 주거공간은 점차 상품화되었습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다 쉽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수많은 가정용 가구들이 점차 비슷한 면모를 띄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는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편으론 도심에 위치한 많은 주거 공간들이 노후로 인해 재개발되며 주요한 자산이자 투기 대상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도시 개발에서 중요히 생각해야 할 점은 기존의 건물에 새로운 목적성을 부여하고, 효율적인 공간 사용을 주도하며, 신개념 에너지의 활용을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Section 2.2 1960 – 1980
인테리어의 대격변
1960년대의 사회적 변혁은 인테리어 분야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주거 공간과 가구들도 바뀌었으며 기존의 위계질서, 가족 형태, 관습 등을 탈피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일과 주거를 결합한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로프트 형태의 주거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합니다. 또한 미지의 영역에 대한 관심과 탐구로 점철된 ‘우주시대’의 시작은 이동 환경에 적합한 캡슐형 주거 공간의 탄생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1970년대는 인테리어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며 조경과 빌트인 가구가 건축의 영역을 벗어나 별도의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은 형태와 재료에 대한 기존 모더니즘의 개념을 붕괴시킵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도래하면서 외향적인 가치가 다시 대두되었고, 한동안 주춤했던 집을 장식하고 꾸미는 트렌드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구는 지위의 상징이자 물질적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Section 2.3 1940 – 1960
자연과 기술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주방의 모듈러 시스템과 기계화로 표현되는 모더니즘 개념이 주거 공간에 반영됩니다. 냉전시대 속 강대국 간의 경쟁에서 가전제품의 자동화는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삶을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수의 전시와 무역 박람회에서 현대적인 삶과 미래의 주거 공간을 활발하게 소개한 반면에, 영화들은 이러한 현상을 유머스럽게 비판하고 풍자했습니다. 주거 공간에 자연을 유입시키는 것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각적으로 통유리를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주거공간의 내외부 구분이 모호해진 현상에도 기인합니다. 자연적인 형태와 소재가 각광받으면서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가구 또한 유기적인 형태를 취했습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인테리어는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장식적인 요소를 거부했지만 색채와 장식들은 전후(post-war) 인테리어의 직물과 소품, 예술 작품과 오브제 컬렉션의 형태로 섬세하게 조합되었습니다.
Section 2.4 1920 – 1940
모던 인테리어의 탄생
모든 인테리어 디자인은 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제1차 세계 대전과 러시아 혁명 등 사회적 격변의 여파로 1920년대 디자이너들은 주거 공간에 대해 개방적이고 유동적이며 삼차원적인, 새로운 접근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장식적인 요소들은 인습 타파의 일환이자 미학적, 실용적, 위생상의 이유로 인해 인테리어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얇은 튜브형 강철 프레임이 등장하면서 의자는 고압적인 외형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산업적이고 경제적인 사고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주거 공간은 새롭게 변모하고 효율적인 생산 과정을 기반한 표준화 가구 생산이 시작됩니다. 급진적인 변화 속에서도, 비엔나의 중산층 가구 스타일은 조금 다르게 발전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건축가들이 설계한 모더니즘적인 주택과 아파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주도하여 만든 주거 공간과는 대조되는 편입니다. 인테리어는 사회적 변화의 지표로 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인간 생활방식에 근간을 두고 주요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 요소입니다. 따라서 공간에 대해 기술하는 자서전, 즉 이번 전시의 기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