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든 고유의 자동차, 즉 ‘독자 모델’ 개발에는 원대한 밑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비용 문제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공기처럼 떠돌았고, 많은 이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겼다. 그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 나섰다. 디자인은 이탈리아, 엔진과 변속기, 금형 기술은 일본 회사들과 손잡았다. 생산에 대한 자문은 영국 전문가를 섭외했다.
독자 모델 개발을 결심한 지 1년 만인 1974년 6월, 첫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10월에는 ‘포니’와 ‘포니 쿠페’가 나란히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올랐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국 브랜드의 고유 모델 자동차를 가진 나라가 됐다.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국산 차의 해외 수출 시대를 열었고, 기존 해치백 모델에 이어 왜건, 픽업, 3도어 등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됐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방향타를 소형차 중심으로 바꾼 마이카 시대의 선봉, ‘포니 아카이브’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